출처: http://m.movie.naver.com/m/endpage/movie/ReviewView.nhn?nid=1170393&sort=goodcnt&page=1
Passion is Not Enough.
당신이 처음 내게 한 말이지요-
사무실 벽에까지 두껍게 적어놓을 건 뭐예요.
열정이 다는 아니지만, 그래도 프랭키..
Passion is Not necessary 가 아닌 건 틀림없지요?
내 열정으로 모자란 부분을 당신이 채워줬으니까요.
복싱은 참 독특한 운동이예요.
스크랩이 말했던 것처럼.
왼쪽으로 가려면 오른발에 힘을 줘야하고, 상대를 때리기 위해선 한 발 물러서야 하지요.
내가 계속 K.O승을 거두자 당신이 경기를 성사시키기 위해 돈을 낸 것도 마찬가지예요.
세상은 아이러니로 가득차 있어요..
요란한 디즈니랜드 옷을 입고 내게 재산양도 서명을 강요하던, 내 입에 볼펜을 마구잡이로 밀어넣던 내 가족을 생각해보세요. 2년 전까지 털끝하나 닿은 적 없던 당신이 나를 '모쿠슈라'라고 불러주었던 걸 보세요.
챔피언을 다운시킨 내가... 5초만에 전신마비가 된걸 보세요...
인생은 사고라구요. 저지르던가 당하던가.. (황지우 「또 다른 소식」중)
난 복싱을 저질렀지만 사고를 당했고,
당신은 날 훈련시키는 일을 저질렀지만 썪어들어가는 내 무릎을 보아야만 했지요..
후회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었죠?
프랭키, 당신 지금... 후회하나요?
나는요, 나는 프랭키, 십 년이 넘게 웨이트리스 생활을 했어요.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을 싸 와 저녁으로 때우고, 팁으로 받는 동전은 녹이 슬도록 모았어요.
나는 복싱이 좋았고, 하고 싶었어요.
십년동안 하루도 잊지 않고 꿈을 꿨어요.
그게 어떤 건지, 당신도 알 거라고 생각해요.
당신은 내 모쿠슈라니까.
3년쯤 지나가 회의가 들었고, 7년쯤 되자 내가 미친 건 아닐까 거울을 보면서 중얼거려도 봤어요.
왜 그런 순간이 없었겠어요.
서른 하나에 당신을 만나기까지.
TV도 없는 낡은 방안에서 내 20대가 고스란히 지나가버렸는걸요.
그치만 프랭키. 그 시간이 있었기에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해요.
그런 거 있잖아요.
내가 꿈꾸고 바라던 한 순간, 한 호흡들이 모두 당신을 만나게 된 그 순간을 위해 존재한 것 같은 느낌.
난 당신을 선택했고, 믿었고, 후회 없어요.
아, 물론 푸른 곰에게 등을 보이지 말 걸, 손을 내리지 말 걸 하는 후회는 해요.
당연하잖아요.
난 목에 구멍을 뚫고 누워만 있었다구요. 그 땐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.
그래도 그 많은 생각들 중에서도 프랭키..
당신과 함께였다는 걸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.
당신은 끝없이 후회하고 있을지 몰라요.
날 처음부터 받아주지 말 걸..
푸른 곰과 경기시키지 말 걸..
스크랩을 데려갈 걸..
빨리 손을 뻗어 의자를 치울 걸....
프랭키. 모두가 그래요. 특히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더욱.
돌아보면,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순간의 선택은 너무나 많았고,
한결같게도 자신은 모두 외면해버린 거죠.
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, 이 일을 위해 그 모든 순간들이 존재했고 우리의 기쁨과 성취도 이룩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.
"네가 이렇게 되기 위해서였다고? 끔찍한 소리 마. 니가 아무리 고집불통이라도 그 말엔 도저히 동의할 수 없어"
눈을 반쯤 감으며 고갤 돌리는 프랭키가 보여요. 후후.
내가 말하는 '이 일'은요.
프랭키, 당신이 내게 해 준 일들을 말하는 거예요.
사고와 죽음이 내 마지막이기는 하지만, 그건 정말 마지막 일뿐이예요.
당신과 함께한 링 위의 삶은 내겐 굉장한 거였고,
지금 돌아보면 내 삶은 오로지 그것뿐이었던 것 같은 느낌마저 들어요.
번쩍. 번쩍.
강하고 밝은 플래쉬빛이 터질 때마다 당신 얼굴이 보이는...
프랭키- 내 삶은 충만했어요.
당신이 아니었다면 결코 그럴 수 없었어요.
누군가의 인생을 그리 만들어준 당신은 위로받을 자격이 있어요.
어쩔 수 없었던 일로 슬퍼하지 말아요.
그 일조차도 당신은 현명하게 해냈으니까.
괴로워하지 말고, 이 맛이면 여한이 없다던 Home Made 레몬파이를 먹어요.
그래도, 괜찮아요. 프랭키.
See you. My Mokulsha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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