1995년, 한 천문학자의 머리에서 아주 엉뚱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다. 그 아이디어란 바로 "아무것도 없는 우주공간을 찍어보자"는 것. 이 이상하고도 괴이한 발상을 해낸 사람은 바로 당시 허블 망원경의 책임자였던 로버트 윌리엄스(Robert Williams).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만 해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기에 한 번 촬영하는 데도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는 이 귀하신 물건으로, 관측할 가치가 있는 천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깜깜한 구역을 쳐다보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자 낭비였다. 학자들은 '쓸데없는 짓'이라는 의견과 '해볼 가치가 있다'는 의견이 맞섰다. 저 아이디어를 낸 로버트는 처음엔 정말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.
그 결과 얻어진 사진에는 약 3000개의 은하가 발견되었다.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으로 여겨졌던 곳 너머에도 은하들이 수없이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지자 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. 단숨에 이 사진은 허블이 찍은 최고의 사진 중 하나로 유명해졌고 허블 딥 필드(HDF, Hubble Deep Field)라는 이름이 붙었다.
게다가 이를 계기로 우주의 형태와 규모, 역사에 대한 인류의 시야가 비약적으로 넓어졌고, 이후 천문학자들은 허블을 통해 여러 심우주 영역 촬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. 연구소는 1998년에 또 한번 관측을 계획했고 이번에는 남반구의 큰부리새자리의 영역을 관측하였다. 허블 딥 필드 사우스로 이름붙여진 이 관측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천 개의 은하들이 발견되었다. 이후 여러 번 시행된 관측 역시 마찬가지였다. 우주의 빈공간 어느곳을 촬영해도, 허블 딥 필드와 같이 그 좁은 점 안에 무수히 많은 은하와 천체들이 가득 담겨있었던 것. 천문학의 역사와 우주연구 분야에 있어 실로 엄청난 실적이라 할 수 있다.
출처
https://namu.wiki/w/허블%20울트라%20딥%20필드
허블 익스트림 딥 필드의 13색 합성 사진
2022. 8. 14. 21:14